이세계 준호 - 004
#4. 괴물을 피해서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고 이상했다. 나무들은 은빛으로 빛났고, 잎사귀는 보라색을 띠며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움직였다. 발밑의 풀들은 그가 밟을 때마다 작은 빛을 발했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즉시 멈춰 서서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게 뭐지?" 그는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그것은 마치 큰 동물이 숲을 헤치고 오는 것 같았다. 준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의 앞에 거대한 생물이 나타났다. 그것은 사슴의 몸에 뱀의 비늘을 가진 것 같았고, 머리에는 뿔 대신 촉수 같은 것들이 달려 있었다. 생물의 눈은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으악!" 준호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 생물은 준호를 발견하고 큰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는 숲을 헤치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뒤에서는 그 괴물 같은 생물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준호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제발... 제발..." 그는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그때, 그의 눈앞에 작은 언덕이 보였다. 언덕 아래쪽에 어두운 구멍이 보였는데, 그것은 동굴 입구 같았다. 준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그곳을 향해 달렸다.
동굴 입구에 도착한 준호는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 괴물 같은 생물은 여전히 그를 쫓아오고 있었지만, 거리가 조금 벌어진 것 같았다.
준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내부는 어두웠지만, 벽면에서 희미한 빛을 내는 이끼들이 자라고 있어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동굴 안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들리던 괴물의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라면 안전할 것 같아..." 그는 중얼거렸다.
동굴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작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는 부드러운 이끼가 바닥을 덮고 있었고, 천장에서는 작은 결정체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준호는 지친 몸을 이끼 위에 내려놓았다. 그는 여전히 긴장한 상태였지만, 적어도 당장의 위험에서는 벗어난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준호는 동굴 바닥의 부드러운 이끼 위에 앉아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보려 했다.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이상한 세계에 나체로 떨어졌고, 지금은 겨우 큰 잎사귀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손에는 나뭇가지 하나가 들려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무기가 될지는 의문이었다.
"일단 살아있다는 게 다행이지..."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듯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세계가 어디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먼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찾아야 해," 준호는 생각했다. "그리고 더 나은 옷과 무기도 필요해. 하지만 밖은 위험해..."
그는 방금 전 마주쳤던 괴물 같은 생물을 떠올렸다. 밖에는 그보다 더 위험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이 동굴을 더 탐험해봐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나을까?"
준호는 고민에 빠졌다. 동굴 안쪽으로 가면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반면에 여기서 기다린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누군가 날 찾아올까?" 그는 잠시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준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일단... 이 동굴을 조금 더 탐험해봐야겠어," 그는 마침내 결심했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무언가 유용한 것을 찾아보자. 그리고 나서... 그래, 그 다음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준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다리는 여전히 후들거렸지만, 이제는 조금 더 안정된 것 같았다. 그는 나뭇가지를 꽉 쥐고 동굴 안쪽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
"뭔가 있겠지... 반드시..."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