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준호 - 006
#6. 동굴 속 쉼터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 때, 갑자기 동굴이 넓어지더니 큰 공간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작은 호수가 있었고, 호수 주변으로 이상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와..." 준호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호수의 물은 맑고 투명했다. 그리고 물속에서도 빛나는 돌들이 보였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을 한 모금 마셔보았다. 물은 차갑고 깨끗했다.
"이제 물은 걱정 없겠어."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호수 가장자리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맑고 투명한 물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준호는 잠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지친 눈,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엉켜있었고, 볼에는 작은 상처도 있었다.
"정말 대단한 하루였어..." 그는 중얼거렸다.
준호는 양손을 컵 모양으로 만들어 물을 떠올렸다. 잠시 물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그의 목을 적셨다. 이 물은 그가 평소에 마시던 물과는 달랐다. 더 신선하고, 어딘가 생기가 넘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 정말 목이 말랐었나 봐."
그는 몇 모금 더 마시고 나서 얼굴도 씻었다. 차가운 물이 닿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준호는 물로 머리도 적셨다. 시원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제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굴 안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빛나는 돌들이 은은한 불빛처럼 공간을 밝히고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부드러운 이끼가 자라고 있었다. 동굴 벽면에는 이상한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그림 같았지만, 준호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 될 것 같아."
준호는 이끼가 두껍게 자란 곳을 골라 앉았다. 생각보다 푹신했다. 그는 등을 기대고 누웠다. 천장에서 반짝이는 돌들이 마치 별처럼 보였다. 그 빛은 조금씩 색이 변하고 있었다. 파란빛에서 보라빛으로, 다시 연두빛으로...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신기해."
그는 주머니에서 아까 따놓은 열매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이 열매 역시 그가 알고 있던 어떤 과일과도 달랐다. 맛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 준호는 천천히 씹으며 그 맛을 음미했다.
배를 채우니 점점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준호는 자신의 상황을 되돌아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낯선 세계에 홀로 있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된 걸까... 그리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극도의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일종의 평온함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마치 이 동굴이 그를 보호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쉬었다 가야지..."
준호의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동굴 안의 고요함, 물소리의 잔잔한 울림, 그리고 부드러운 이끼의 감촉이 그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멀리서 들리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도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이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어느새 준호의 호흡이 깊어졌다. 그는 모르는 사이에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낯선 세계에 온 이후 처음으로 그는 안전하다고 느꼈다.
준호의 꿈속에서는 이상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빛나는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투명한 생물들, 무지개 빛 강을 따라 흐르는 빛의 물결, 하늘에서 춤추는 듯한 구름들...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를 부르는 것 같은 목소리...
동굴 안의 빛나는 돌들은 계속해서 은은한 빛을 발하며 잠든 준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때때로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스치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준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어디에 있는지 혼란스러웠지만, 곧 상황을 기억해냈다.
"아... 그래. 이 이상한 세계에 있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몸이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다. 피로가 많이 풀린 듯했다.
준호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굴은 여전히 고요했고, 호수는 잔잔했다. 하지만 뭔가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이 공간이 더 친숙해진 것 같았다.
"이제 뭘 해야 하지..."
그는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아직 많은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이제 그는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이 세계를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준호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는 신선하고 깨끗했다. 그는 다시 한번 호수에서 물을 마셨다. 이번에는 물이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좋아, 이제 다음은 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