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준호 - 011
#11. 동굴 밖으로
준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동굴 입구를 벗어났다. 그의 손에는 창과 같은 막대기가 꼭 쥐어져 있었고, 등에는 덩굴로 만든 조잡한 갑옷이 걸쳐져 있었다. 왼팔에는 나뭇가지와 덩굴로 엮은 방패를 들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 밖 세계는 준호의 상상을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하늘은 연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두 개의 달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은빛 잎사귀를 달고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부드러운 종소리 같은 울림이 퍼져나갔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준호는 중얼거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주변을 살폈다. 역사학을 공부하며 익힌 관찰력을 총동원해 이 낯선 환경을 분석하려 노력했다. 나무의 형태, 땅의 질감, 공기의 냄새까지 모든 것이 지구와는 달랐다.
준호는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 그의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훑었다. 한편으로는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고,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한 생물체가 없는지 경계했다. 그의 역사 지식 중에는 고대 인류의 식생활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식물이 먹을 수 있을지 추측해보았다.
"저건... 혹시 먹을 수 있을까?"
준호는 길가에 피어있는 이상한 형태의 식물을 발견했다. 보라색 꽃잎과 붉은 열매를 달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관찰했다. 냄새를 맡아보고, 잎사귀의 질감을 확인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어 결국 그냥 지나쳤다.
"섣불리 먹었다가는 큰일 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해."
계속 걸어가는 동안, 준호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이상한 울음소리,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때때로 들리는 묵직한 발자국 소리... 모든 것이 낯설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갑자기 준호의 눈에 무언가가 띄었다. 길가에 익숙한 형태의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에는 동굴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열매가 달려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나무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순간, 근처의 덤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준호는 즉시 방패를 들어 올리고 창을 겨누었다.
"누, 누구야?"
덤불이 흔들리더니 이상한 생물체가 나타났다. 토끼와 비슷한 형태였지만, 털은 푸른색이었고 눈은 루비처럼 빨갛게 빛났다. 생물체는 준호를 잠깐 쳐다보더니 재빨리 다른 덤불 속으로 사라졌다.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위험해 보이진 않았어."
그는 다시 나무로 주의를 돌렸다. 조심스럽게 열매 하나를 따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동굴에서 먹던 것과 비슷한 향이 났다. 준호는 작은 조각을 떼어 맛을 보았다.
"맞아, 이거야! 동굴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야!"
안도감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 준호는 서둘러 열매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열매를 어느 정도 모은 후, 준호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는 큰 나무 아래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와서야 이 세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은빛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동화 속 세상 같았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보라색 안개에 싸여 있었고, 하늘에는 이상한 형태의 구름이 떠다녔다.
"이곳이 정말 다른 세계구나..." 준호는 중얼거렸다. "어떻게 여기 오게 된 걸까? 그리고... 어떻게 돌아갈 수 있을까?"
그는 잠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생존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준호는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이제 그의 발걸음은 조금 더 자신감 있어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뭔가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준호의 이세계 모험은 조금씩 진전되어 갔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어떤 위험과 기회를 만나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준호가 이 낯선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