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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준호 - 003. 이세계

#3. 이세계
어둠 속에서 준호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몸은 무겁게 느껴졌다. 눈을 뜨려고 했지만, 눈꺼풀이 납처럼 무거웠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감각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으으..." 준호는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쉬어 있었다.

서서히 그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차가운 공기였다. 그 공기는 그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묘하게 달콤한 향기가 섞여 있었고, 피부에 닿는 감촉도 이상했다. 마치 작은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준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흐릿했다. 그의 시야에는 어둠과 빛이 뒤섞여 있었고, 형체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는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여긴... 어디지?" 그는 중얼거렸다, 아직도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점차 그의 시야가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누워있는 곳은 부드러운 풀밭이었다. 하지만 그 풀은 그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랐다. 각 잎사귀가 옅은 청록색을 띠고 있었고, 끝부분에서는 미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준호는 놀라움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하늘은 깊고 진한 보라색이었고, 그 위에는 그가 본 적 없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별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어떤 것들은 색깔을 바꾸기도 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준호는 혼란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려 했다. 그 순간, 그의 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피부에 직접 닿는 풀의 감촉, 그리고 몸을 감싸는 옷의 부재. 준호는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뭐... 뭐야?!" 그는 소리쳤다, 놀람과 당혹감이 뒤섞인 목소리로.

그는 완전히 알몸이었다. 옷은 물론이고 신발도, 시계도 없었다. 그의 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이 낯선 세계에 와 있었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근처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지? 내 옷은 어디 간 거야?" 그는 혼란스러워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기억은 여전히 흐릿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박물관에서 특별전시회를 구경하고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준호는 천천히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의 다리는 아직 힘이 없었고, 그는 다시 풀밭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정해, 준호야. 천천히 생각해보자." 그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다시 한 번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가 있는 곳은 작은 숲 속 빈터 같았다. 주변에는 그가 본 적 없는 이상한 나무들이 서 있었다. 나무의 줄기는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잎사귀는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잎사귀들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빈터 한쪽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물은 그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물은 옅은 분홍빛을 띠고 있었고, 표면에서는 작은 빛의 입자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건... 꿈인가?" 준호는 자신의 팔을 꼬집어보았다. 아팠다.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다시 한 번 일어서려 시도했다. 이번에는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알몸 상태를 다시 한 번 의식하게 되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맨살에 닿자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단 몸을 가릴 것부터 찾아야겠어." 그는 중얼거렸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며 몸을 가릴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큰 잎사귀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는 혼란스러워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미지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알 수 없는 식물들, 이상한 색깔의 하늘, 그리고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자연 현상들. 준호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라는 것을.

"일단 몸을 가리고, 그 다음에 이곳이 어딘지 알아내야 해."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준호는 깊은 숨을 내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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