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낯선 이의 집으로
준호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그 존재를 따라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무기를 놓지 않았고, 모든 감각은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곤두서 있었다.
그들은 은빛 나무 숲을 지나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주변의 식물들은 점점 더 이국적인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형광빛을 내는 꽃들, 나선형으로 뻗은 덩굴,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작은 구체 모양의 열매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낯선 존재가 멈춰 섰다. 준호도 즉시 멈추고 주변을 경계했다. 하지만 그 존재는 미소를 지으며 앞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준호는 그들이 도착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나타난 집은 그가 상상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집은 거대한 나무의 둥치를 파서 만든 것 같았다. 나무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따라 만들어진 집은 마치 이 세계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창문은 투명한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것 같았고, 그 표면에서 은은한 빛이 퍼져 나왔다.
집 주변으로는 작은 발광 생물체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반딧불이처럼 부드러운 빛을 내뿜으며 집 주위를 맴돌았다.
낯선 존재는 준호에게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준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문이 열리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집 안은 바깥에서 본 것보다 훨씬 넓었다. 천장은 높고 둥글었으며, 그 위로 작은 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벽면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어져 있었고, 그 표면에는 신비로운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방 안에는 이상한 형태의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보였다. 의자는 스스로 모양을 바꾸며 준호의 체형에 맞춰지는 것 같았고, 탁자는 표면이 물결치듯 움직이고 있었다.
준호는 경이로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꿈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모든 감각은 이것이 분명 현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낯선 존재는 준호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준호는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그의 몸에 맞춰 부드럽게 변형되었다.
그 존재는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준호에게 건넸다. 그것은 이상한 과일이었다. 준호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 존재의 진심 어린 눈빛을 보고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그 존재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아이리스."
준호는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곧 그 의미를 깨달았다.
"아, 당신의 이름인가요?"
아이리스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준호를 가리키며 고개를 기울였다.
준호는 이제 이해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또박또박 말했다.
"준호. 내 이름은 준호예요."
아이리스는 준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움직여 그 발음을 따라 하려 했다.
"주... 노?"
준호는 살짝 웃음을 지었다. 완벽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의사소통의 첫 걸음을 뗀 것 같아 기뻤다.
"네, 맞아요. 준호... 아니, 주노라고 해도 괜찮아요."
아이리스는 기쁜 듯 미소 지었다. 준호는 이제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었다. 이 낯선 세계에서 그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잠시 후, 아이리스는 준호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자신의 배를 가리켰다. 그리고 입에 무언가를 넣는 시늉을 했다. 그녀는 다시 준호를 가리키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준호는 잠시 혼란스러워했지만, 곧 그 의미를 이해했다. "아, 배고픈지 물어보는 건가요?"
그는 자신의 배를 문질렀다. 마침 그 순간 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준호는 살짝 당황하며 웃음을 지었다.
아이리스는 준호의 반응을 보고 활짝 웃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잠깐만' 이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는 방을 나갔다.
잠시 후, 아이리스는 다양한 색깔의 과일들과 이상한 모양의 빵 같은 것들이 담긴 쟁반을 들고 돌아왔다. 그녀는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준호에게 먹으라는 듯 손짓했다.
준호는 고마움의 표시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보라색 과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이리스를 바라보며 먹어도 되냐는 듯 과일을 들어 보였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그녀도 같은 과일을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준호는 과일을 조심스럽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맛은 지구의 어떤 과일과도 달랐다.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와, 맛있어요!"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아이리스는 준호의 반응을 보고 기뻐하는 듯했다. 그녀는 다른 음식들도 먹어보라는 듯 손짓했다.
준호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음식들도 맛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렇게 그들의 첫 식사가 시작되었고, 준호는 이 낯선 세계에서의 새로운 경험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음식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준호와 아이리스는 이제 몸짓으로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려 했다. 아이리스는 손으로 원을 그리며 주변을 가리켰다. 준호는 그것이 이 세계를 의미하는 것이라 짐작했다.
준호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려 애썼다. 그는 손으로 큰 원을 그리며 "지구"라고 말했고, 그 다음 이상한 빛을 표현하며 "여기"라고 말했다. 아이리스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준호가 다른 곳에서 왔다는 것은 이해한 듯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손짓과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지만, 복잡한 개념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점점 대화는 더뎌졌고, 마침내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이리스는 준호의 피곤해 보이는 표정을 눈치챘다. 그녀는 일어서서 준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준호는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따라갔다.
그들은 복도를 지나 작은 방에 도착했다. 방 안에는 부드러운 빛을 내는 식물들로 둘러싸인 큰 침대가 있었다. 침대는 마치 거대한 꽃잎 위에 누울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이었다.
아이리스는 침대를 가리키며 두 손을 모아 베개를 만드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그 위에 머리를 기대는 동작을 취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눈을 감고 평화로운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눈을 떴다.
준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여기서 쉬라는 뜻이군요."
아이리스는 준호가 이해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침대를 가리키고 준호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준호는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문 쪽으로 물러났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손을 흔들고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준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은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그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다가가 앉았다. 침대는 생각보다 더 부드럽고 편안했다.
"와, 이렇게 편한 침대는 처음이야..." 준호는 중얼거렸다.
그는 천천히 몸을 눕혔다. 침대가 그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안는 것 같았다. 천장에는 작은 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준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서야 그는 자신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의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세계에 왔지만... 적어도 지금은 안전한 것 같아." 그는 생각했다.
준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는 이 낯선 세계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하며, 내일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해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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